전문직에 종사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전문용어를 많이 사용하게 됩니다. 해운업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대부분은 약어이고, 익숙해지면 일상 언어처럼 사용됩니다.
예를 들어 ETA, ETD, ETB, POB 같은 용어들은 해운회사나 무역회사 종사자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약어들입니다.
오늘은 이런 약어가 아니라, 영어를 아무리 잘하더라도 그 유래를 정확히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은 Port와 Starboard의 어원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선박에는 왜 Left와 Right를 쓰지 않을까?
우리말에는 좌현과 우현이라는 명확한 표현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는 왼쪽과 오른쪽이라고 하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선박에서는 절대 “왼쪽”, “오른쪽”이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항상 선수 기준으로
- Port = 좌현
- Starboard = 우현
이라고 부릅니다.
그 이유는 단순합니다. 해상에서는 방향 혼동이 치명적이기 때문입니다. 선수 기준으로 고정된 용어를 사용해야 오해가 없습니다.
Starboard의 진짜 유래
Starboard는 고대 영어 “steorbord”에서 유래했습니다.
- steor = 조종하다 (to steer)
- bord = 측면 (side)
즉, “조종하는 쪽”이라는 뜻입니다.
바이킹 시대의 선박은 오늘날처럼 중앙에 러더(rudder)가 있지 않았습니다. 대신 배의 오른쪽에 긴 노 형태의 조타 장치가 달려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선원이 오른손잡이였기 때문에 조타 장치는 자연스럽게 오른쪽에 설치되었고, 그 결과 오른쪽이 ‘조종하는 쪽’, 즉 Starboard가 되었습니다.
실무에서는 이를 줄여 STBD라고 표기합니다.
Port의 유래
초기에는 좌현을 “Larboard”라고 불렀습니다. 하지만 Larboard와 Starboard는 발음이 비슷해 혼동이 잦았습니다.
특히 갑판 위에서 큰 소리로 명령을 내릴 때 오인 전달이 발생하면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19세기 영국 해군은 공식적으로 Larboard 대신 Port라는 용어를 채택했습니다.
왜 Port일까요?
조타 장치가 오른쪽에 있었기 때문에, 선박은 접안 시 조타 장치가 손상되지 않도록 왼쪽을 부두에 대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즉, 항구(port)에 접안하는 쪽이 좌현이었고, 그것이 Port라는 이름으로 굳어지게 되었습니다.
초임 해기사들을 위한 작은 팁
이제 승선을 준비하는 초임 해기사들에게 하나 팁을 드리자면, 부식이나 정비 자재를 선적할 때 사용하는 provision crane의 위치를 잘 확인해야 합니다.
브릿지 양현에 크레인이 설치된 선박도 있지만, 실무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경우가 많습니다.
- Port(좌현) 크레인 : 3~5톤급
- Starboard(우현) 크레인 : 1~1.5톤급
양현에 모두 설치되지 않은 경우라면, 대부분의 크레인은 Port 쪽에 설치되어 있습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전통적으로 접안이 좌현 기준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물론 선박마다 설계는 다르지만, 처음 승선하는 초임이라면 이 구조를 알고 있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됩니다.
마무리
Port와 Starboard는 단순히 좌우를 뜻하는 단어가 아닙니다.
바이킹 시대의 조타 장치, 항구 접안 방식, 명령 전달의 안전성까지 모두 담겨 있는 역사적 용어입니다.
해운업은 이렇게 작은 단어 하나에도 긴 항해의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